1.
띄어쓰기가 소실된 문장이 가득한 소감문
붉지 않은 구름을 바라보는 시간처럼 다만
당신이 주저하는 페이지는 무고하다
2.
다들 줄을 끊는 것에 인색해지면서
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독백조들
적당한 어둠이 필요하지만
엇갈리는 길 위에서 그는 납작 엎드려
더이상 말이 없다 마치 구겨진 연대기인 듯
훌쩍, 그가 너무 자라버렸다
3.
텅 빈 지도 위로 눅눅한 소식들이 표류하고 있는 하루
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자모들을 본다 검고 부드러운
그것들을 보면 볼수록 목젖은 자라지 않고
수많은 선들이 꼬리를 남기며 죽어갈 때마다
이 새벽은 찢어진 페이지, 아니 어쩌면
이건 내가 찢은 것일지도 몰라요 고개를 가로젓지만
그 사이로 한가득 가라앉는 글자들
4.
손이 닿지 않는 그 사이는 오래된 감기처럼
어떠한 말투로도 해석되지 않고
항상 그랬듯
가볍게 날아와 쉽게 앉아버리는 침묵들
그때의 새벽은 어디에 있을까
쉽게 단선되지 않는 어두컴컴한 겨울밤
그 속에서 당신의 흔적을 결선하려 애쓰는 사내가 있다
- 2013. 10. 27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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