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1월의 의문

셀레스티아
|2019. 12. 18. 00:23

1.

띄어쓰기가 소실된 문장이 가득한 소감문

붉지 않은 구름을 바라보는 시간처럼 다만

당신이 주저하는 페이지는 무고하다

 

2.

다들 줄을 끊는 것에 인색해지면서

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독백조들

적당한 어둠이 필요하지만

엇갈리는 길 위에서 그는 납작 엎드려

더이상 말이 없다 마치 구겨진 연대기인 듯

훌쩍, 그가 너무 자라버렸다

 

3.

텅 빈 지도 위로 눅눅한 소식들이 표류하고 있는 하루

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자모들을 본다 검고 부드러운

그것들을 보면 볼수록 목젖은 자라지 않고

수많은 선들이 꼬리를 남기며 죽어갈 때마다

이 새벽은 찢어진 페이지, 아니 어쩌면

이건 내가 찢은 것일지도 몰라요 고개를 가로젓지만

그 사이로 한가득 가라앉는 글자들

 

4.

손이 닿지 않는 그 사이는 오래된 감기처럼

어떠한 말투로도 해석되지 않고

항상 그랬듯

가볍게 날아와 쉽게 앉아버리는 침묵들

그때의 새벽은 어디에 있을까

쉽게 단선되지 않는 어두컴컴한 겨울밤

그 속에서 당신의 흔적을 결선하려 애쓰는 사내가 있다

 

 

 

- 2013. 10. 27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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